[스크랩] 30 개월의 삶
남의 마굿간의 소를 센다는것이 어리섞은 사람이라면 내가 그 꼴인지 모른다.
요즘 사장님의 소들과 무척 친해지고 있다. 한마리. 두마리...세기도 하면서~
하루 한 때도 어김없이 시간 마추어 정량의 먹이를 먹고 최상의 조건에서 유유자적한
소들을 보느라면 마치 도인앞에 선 기분이든다.
크다란 눈 망울은 악의 없음을 말하는것 같고, 크다란 귀는 무엇이던 새겨 듣겠다는것 같다.
그래서 도인같은 소의 자태를 보느라면 언제나 나 자신이 힐링이 되는듯 하였다.
예전의 소들은 주인을 위하여 쟁기질 쓰리질을 하느라 입에서는 거품이 흘렸다.
그기에 비하면 지금의 소들은 맛있는 영양식을 먹으면서도 서든지 앉는지 자든지
마굿간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다.
소들아! 너희들 팔자가 상 팔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장님이 소의 출하시기가 아직도 빠른것이 4개월 걸린다고 하신다.
소는 태어 나서 얼마 만에 출하합니까? 하고 물어보니 사장님이 30개월 만에 출하한다고 하신다.
나는 순간적으로 때 마추어 먹이를 먹고 온갖 호강을 누리는 소 보다는
찌들고 고달픈 삶을 살지라도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번쩍들었다.
잘만 산다면 소 보다는 40배의 삶을 살 수 있고, 자기의 운명을 자신이 책임지며
별을 보며 꿈을 키우고 태양을 보며 희망을 가꿀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지천에 널린 생명과 생명의 대 자연과 대화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기에 행복한것이다.
태어나자 마자 번호표를 달고, 숫놈은 비육을 위하여 불알이 까이고
암놈은 사랑의 체온없는 차가운 막내기로 잉태하는것이 소다.
조용히 눈을 감고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나를 묵묵히 내조하며 살아준 살아있는 관세음 보살인 아내에게 감사하고
나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묵묵히 성장한 자녀들에 감사하고
나를 따뜻이 배려하여 주는 이웃에 감사하고
친지에 감사하고, 친구에 감사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인간임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찌는듯한 날씨에 한조각 미소가 얼굴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