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은 이민… 공부가 필요해!”
3人 3色 “우리는 이렇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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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은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박상우씨 역시 올해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을 졸업할 예정이다. 자신의 과수원 ‘참좋은농원’에서 박씨가 갓 출시된 사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농업마이스터대 입학… 귀농 이후에도 계속 공부
박상우(44)씨는 1400그루, 1만6528㎡(5000평)의 과수원에서 연 1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귀농 전 철저한 준비와 귀농 후의 꾸준한 교육으로 성공적으로 귀농한 사례다. 그는 2006년 서울에서 충북 괴산군으로 귀농했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다 수입이 적어지자 새로운 일을 찾게 됐는데, 누군가 지나가며 “시골은 어때?”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처음에는 막막했죠. 마침 그 무렵부터 귀농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졌거든요. 이리저리 알아보니 사과 농사가 장래성이 있어 보이더군요.”
무엇을 기를지 정하고 나서는 어떻게 기를지 배워야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구의 사과시험장. 전문컨설팅팀에서 사과 기르는 법과 준비과정을 안내받고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개설된 3개월의 실습 교육이 끝나자 “이제 과수원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던 아파트를 팔아 땅을 사고 묘목을 심었다. 자신있게 덤벼들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름의 양이거든요. 그런데 경험이 없으니 감이 안 왔어요. 첫해는 수확량이 예상에 훨씬 못 미쳤죠.” 마을 주민들이 때때로 도와줬지만 박씨는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8년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과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는 10년 넘게 농사를 지은 전문 강사들이 초빙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농사기술을 전수해줬다. “이런 땅에서는 거름 양을 얼만큼 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막막했던 일들이 풀려나가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귀농인으로 구성된 학생들끼리 정보도 교류하게 되니 농사일에 자신감이 붙었다.
과수원의 1400그루 나무 중 300그루가 겨울 가뭄으로 말라 죽었을 때도 마이스터대학 강사들의 도움이 컸다. 말라 죽어가는 나무들을 되살리고, 남은 나무들의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일은 대학 강사들이 앞장섰다. 학생들이 찾아와 일손을 보태면서 과수원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박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귀농을 준비하는 일은 귀농 전뿐만 아니라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농사일에 완전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귀농 전에 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 순천 차 가공업 안기옥씨
수많은 시행착오… 귀농학교 만들어 노하우 전수
전남 순천시에서 차 가공업을 하는 안기옥(53)씨도 귀농 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5년에 전남 광양시에서 순천으로 귀농해 벌써 8년째다. 그 사이 안씨가 주력으로 만들던 상품은 효소차에서 미숫가루, 장아찌 등으로 변했다. 이는 그가 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공부한 결과다.
안씨가 애초에 농촌에서 차 가공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남편 덕분이다. 공무원으로 28년간 일하다 지난해 귀농 대열에 합류한 안씨의 남편은 평소에 등산을 좋아했다. 산에 다닐 때 알던 스님이 효소차를 만들어줬고, 협심증이 있던 안씨가 차를 마시면서 건강을 되찾게 되자 “우리 아예 시골에서 차를 만들어 팔까?”라고 제안해왔다.
안씨는 “풀인지 싹인지 보고도 모르는 무지렁이”였다. 도움받을 곳은 많았다. 그는 한국농촌관광대학과 한국벤처농업대학을 다니며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정보를 얻으며 안목을 넓혀 나갔다. 효소차 외에 다른 상품 개발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배운 덕분”이라는 것이다. “효소차는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수요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제가 사는 송광면 덕성마을이 친환경 밤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 게 보이더군요. 밤에 차를 섞어서 미숫가루를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귀농해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씨가 귀농해서 깨달은 것은 “도시에서 머리로만 생각한 아이템은 현장에서 더 배우고 연구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씨가 관심을 갖던 산약초도 마찬가지다. 산약초의 효능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자 여러 가지 상품화 전략이 세워졌다. 지보나물, 머위, 뽕잎으로 만든 장아찌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안씨는 순천대학교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졸업을 앞두고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와 배울 수 있는 귀농체험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2010년부터 한옥 귀농귀촌체험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순천시와 함께 5박6일 귀농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안씨는 “처음에 귀농했을 때 아무것도 몰라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미리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평생 농사를 지어오지 않은 만큼 귀농인은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신조에 따라 스스로도 친환경유기농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충남 금산 깻잎농사 조해연씨
1년간 시험 기간 거쳐… 제2 인생 희망 봤다
아예 시험 기간을 거쳐 귀농을 준비한 사례도 있다. 충남 금산군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조해연(65)씨는 2009년에 처음 경기도 수원에서 금산으로 내려왔다. 어렸을 적 농촌에 산 적은 있었지만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었다. 귀농을 생각하게 된 것은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부인의 고향이 금산이라 하던 사업을 접고 금산에 무작정 찾아왔다. 땅을 사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완전히 귀농을 결심하기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우선은 6개월간 고생해 시험해본 다음에 결정하자 생각했어요. 깻잎 농사는 가장 위험성이 적다고 하더군요.” 토양 관리며 농기계 조작이 쉽지는 않았지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다음해 조씨는 땅 3305㎡(1000평)를 사고 집을 지어 정착했다. 주변에서 “농사는 배우며 짓는 것”이라며 갖가지 지원 제도를 소개해줬다. 마침 금산군에서 귀농귀촌대학을 설립한 덕분에 조씨는 1회 입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1년간 공부하면서 농업기술을 배우고 주변 귀농인들과 정보를 교류했다. 본격적인 귀농 2년차인 조해연씨의 연수입은 4000만원 정도. 조씨는 “노후 대비로 내려온 건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1년간 귀농할지 말지 시험해본 덕분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농촌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금산군 내 귀농인들과 함께 귀농귀촌연구회를 만들어 부회장을 맡아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다지고 있다. “귀농에서 중요한 것은 농업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농촌 생활에 적응하는 일이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직접 모임을 만들어 귀농인들의 적응을 돕고 있죠.” 금산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귀농인 교육에도 참여해 우수 농장을 방문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조씨는 “다른 사람의 기술과 노하우를 내가 아는 것과 접목해서 활용하려고 늘 연구한다”며 “본격적인 귀농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귀농의 성공조건
환상을 버려라, 지금까지 알던 것도 버려라
조해연씨가 자리를 잡은 충남 금산군의 귀농·귀촌 정책은 전국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금산군 농업기술센터(소장 장정호)는 2011년도 농촌지도사업 추진 종합평가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도시민 농촌 유치를 위한 간디귀농귀촌희망센터를 운영하고, 1 대 1 멘토링 상담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귀농인들의 성공적 정착을 돕는 간디귀농귀촌희망센터의 임종근 센터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평소 생각했던 귀농 성공 전략에 대해 얘기했다. 임 센터장은 무엇보다 “어디서 살 것인지를 결정하고 일단 살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귀농을 결심하면 무슨 작물을 기를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지역마다 특화된 작물이 있고 제조·유통·판매 시스템이 달라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 임 센터장은 “바깥에서 아무리 고민해봐도 막상 살아보면서 현지의 사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 센터장도 부인 백연실씨와 함께 금산에 정착한 지 3년 정도 된 귀촌인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려 공부 중이다. 그동안 부인 백씨는 대안학교 간디학교에서 창의력 수업을 하면서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는 재능기부 활동을 해 왔다. 백씨는 “농촌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우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마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을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는 백씨의 벽화는 마을의 분위기를 바꾸는 동시에 부부의 성공적인 적응을 돕는 역할을 했다.
다른 귀농인들도 마찬가지로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부는 ‘귀농인의 집’을 만들었다. 간디귀농귀촌희망센터와 금산군이 함께 출자한 귀농인의 집은 본격적으로 귀농하기 전에 우선 마을에 살아보며 마을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임시 주거지를 제공한다. 현재는 25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 중 대다수가 6개월~1년 사이에 귀농할 곳과 방법을 결정한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면 앞다퉈 도움을 주려 하죠. 농업은 경험이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데 본격적으로 농사짓기부터 시작하면 경험 많은 마을 어르신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해요.”
귀농·귀촌 박람회나 지자체마다 진행하는 마을투어프로그램을 먼저 참석하라는 것은 귀농인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방법은 제각각 달라도 귀농에 성공하는 첫 번째 조건은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다. 전남 순천시에서 차 가공업을 하는 안기옥씨는 “귀농은 환상이 아니다”라며 “밖에서 알고 배웠던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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