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촌 한석호 교수/ 시인의 <고향에 이는 바람>을 읽고
" 진흙으로 구워가는 언어의 노래"
김병중
(시인/문학평론가)
노래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래는 비개인적이며 대중지향성을 갖고 있어 빠른 유행성을 탄다. 요즘 유행되는 노래는 잘 모르지만 노래를 못하면 바보 취급되는 시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노래방이라는 간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모임 후에는 노래방을 찾는 것이 코스처럼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노래의 원류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노래의 원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에다 곡을 붙이면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 중에는 유명한 시에 곡을 붙인 것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정지용의<향수>, 김소월의 <산유화>, <개여울>, 주요한의 <불놀이> 등이 그것인데 노래로 불리 우는 시는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느낌의 깊이를 더한다. 이런 시를 “노래시” 라고 명명한다면 이는 독창이든 합창이든 공중을 의식하는 공개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래 시는 극히 사사로운 일을 다루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적 풍물이나 인간, 그에 대한 보편적 정서와 생각 등을 소재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의 호흡, 리듬, 선율 등 음악적 조건에 맞도록 말의 음성적 요소를 선택하고 배열하여 음악적 효과 이상의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한석호의 시<고향에 이는 바람> 에서도 노래 시와 같은 좋은 느낌을 들게 하는 시편들이 눈에 뛴다.
바다가 열리고
천지가
사람을 불러 모아
춤을 추더라
그림을 그리더라
온갖 것
다 가슴에 담아
한으로 노래를 부르더라
-중략-
-<진 도> 일부
어머니 부르는
고향 꿈
담장 밑
상사초
외로움 서럽게 토하고
제비가 주인 되어
옛님을 반기는 내 고향
-<고향에 이는 바람> 일부
위의 시<진도>와 <고향에 이는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 정서와 생각들이 시로 형상화 되어 있다. 이 시에서는 시인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주된 정서로 깔려 있다. 그리고 이 보편적인 정서가 그저 나약한 향수로 머므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 힘을 갖고 있다. 시인의 고향에는 바다가 열리는 영등제가 열리는데 영등제는 보통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천지가 초대한 사람들이 모이는 동적이고 격조 있는 행사인 것이다. 그 행사에서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가슴에 한을 담아 노래를 부르느 데 그 노래는 과연 무슨 노래인가? 그 노래가 곧 임진왜란 함성과 명랑해전, 삼별초 항거에 대한 애환이 서리서리 담긴 진도아리랑 가락이다. 그 가락을 흥얼거리다 보면 머리에 수건을 쓴 어머니가 생각나고 그 어머니는! 상사초 전설처럼 아프게 마음속에 피어 허무감을 갖게 하지만 제비가 주인 되어 반겨주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과거사
-중략-
아리랑
굿거리장단에 맞춰
푸른 깃발을 흔들며
내 고향 남쪽바다
명랑해 파도를 넘어
연꽃 피는 전설의 땅 연촌으로
아~ 나의 사랑 진도로
-<고향으로> 일부
위의 시 <고향으로>에서처럼 진도 사람들은 진도만의 독특한 아리랑 가락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아리랑이요, 그 가락은 진도의 역사요 진도의 시이며, 진도의 그림이고, 진도의 도자기요, 진도의 진도개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 누구를 향한 노래인가 이것은 상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이 보다 큰 바다이고, 고향이며, 사랑이고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시인의 시에는 노래의 호흡과 리듬과 가락이 음성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깔고 있어 음악적 요소와 의미적 요소가 어울려 시의 행간마다 남다른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사심 없는 관조>에서 나오는 진도개의 짖음처럼 깨끗한 쾌감의 독특한 울림으로 들려온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서울로 안겨온 한 쌍의 백구
바람과 태풍
내가 백구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아들이 하도 좋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백구 필요한 까닭은
매우 사납기 때문입니다
내가 백구 걱정하는 까닭은
눈빛에 흐르는 야성 때문입니다
내가 백구 키우는 까닭은
못이 박힌 충성 때문입니다
- 중략-
-<백구> 일부
진도개는 진도의 명물이자 진도인의 자부심이며 진도의 정신이다. 시인은 진도에서 태어나 진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진도개를 사랑하는 뚜렷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자기만의 이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이 좋아 하기 때문이요, 사납기 때문이며, 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뛰어난 충성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이 시에서 백구느 곧 시인 자신이며 시인은 곧, 가족사랑(아들)과 근성(사나움)과 정열(야성)과 애국심(충성심을 갖고 있는 시인의 모습으로 투사 되고 있다. 순간적인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하룻강아지부터 성장하여 이제는 마음속 깊이 어엿하게 자리하고 이는 백구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작품은 자기 세계의 전달에 있다”는 고울먼(R. Gourmon)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 한시인은 보다 나은 자기 세계의 완전한 전달을 위해 도자기를 굽는 흙의 예술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시를 다루는 언어의 예술에 입문하고 있는 정열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울림의 이념적 미감을 객관화 하는 주요한 방법으로 물레질 대신 원고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곧 자기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아름다운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흙구덩
흙바닥
흙먼지
흙장난
陶쟁이 일생
-<흙바람> 일부
흙으로
내 생각
쏙 빼닮아
내 것이라 한다
말리고 말려
태우고 태워
이젠 흙이 아닌 것
나의 분신
-중략-
<천직> 일부
도공은 흙을 다룬다. 흙을 다루는 일과 언어를 다루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흙바람>이라는 시에서 흙 대신 언어로 바꾸어 보면 언어의 구덩이, 언어의 바닥, 언어의 먼지, 언어의 장난, 이것이 , 글쟁이 일생이라면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이러한 이유를 <천직>이라는 시에서 “내 생각을 쏙 빼닮은 것”이나 “이전 흙이 아닌 나의 분신”으로 완전하게 정답을 내려 주고 있다. 이제 한시인은 스스로 노래한 흙바람과 천직에서 한편으로는 시 바람과 시인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는 음악 보다는 조각을 닮고 있다. 새로운 시는 귀에 보다는 눈에 호소한다. 새로운 시는 일종의 정신적 진흙으로 어떤 일정한 모습을 지닌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흄(T. E. Hulme)의 말을 상기하면서 지금 발간한 (고향에 이는 바람)이 한시인의 노래라고 한다면 다음 시집에는 정신적 진흙으로 빚어진 좋은 시들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연촌 한석호
전남진도군고군면 연동리 출생
고성중학교 졸업
진도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도예과 졸업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도예전공졸업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공예가회 회원
한국창작미술협회 이사
한국종이접기협회 이사
최명희 소설 혼불사랑회 이사
순수문학회원/시인/순수문학상 수상
학교법인 금산 대학 이사
학교법인 칼빈대학교 이사
예원예술대학교 도예 교수
http://www.han626.com 연촌 한석호 올림
" 진흙으로 구워가는 언어의 노래"
김병중
(시인/문학평론가)
노래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래는 비개인적이며 대중지향성을 갖고 있어 빠른 유행성을 탄다. 요즘 유행되는 노래는 잘 모르지만 노래를 못하면 바보 취급되는 시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노래방이라는 간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모임 후에는 노래방을 찾는 것이 코스처럼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노래의 원류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노래의 원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에다 곡을 붙이면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 중에는 유명한 시에 곡을 붙인 것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정지용의<향수>, 김소월의 <산유화>, <개여울>, 주요한의 <불놀이> 등이 그것인데 노래로 불리 우는 시는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느낌의 깊이를 더한다. 이런 시를 “노래시” 라고 명명한다면 이는 독창이든 합창이든 공중을 의식하는 공개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래 시는 극히 사사로운 일을 다루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적 풍물이나 인간, 그에 대한 보편적 정서와 생각 등을 소재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의 호흡, 리듬, 선율 등 음악적 조건에 맞도록 말의 음성적 요소를 선택하고 배열하여 음악적 효과 이상의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한석호의 시<고향에 이는 바람> 에서도 노래 시와 같은 좋은 느낌을 들게 하는 시편들이 눈에 뛴다.
바다가 열리고
천지가
사람을 불러 모아
춤을 추더라
그림을 그리더라
온갖 것
다 가슴에 담아
한으로 노래를 부르더라
-중략-
-<진 도> 일부
어머니 부르는
고향 꿈
담장 밑
상사초
외로움 서럽게 토하고
제비가 주인 되어
옛님을 반기는 내 고향
-<고향에 이는 바람> 일부
위의 시<진도>와 <고향에 이는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 정서와 생각들이 시로 형상화 되어 있다. 이 시에서는 시인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주된 정서로 깔려 있다. 그리고 이 보편적인 정서가 그저 나약한 향수로 머므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 힘을 갖고 있다. 시인의 고향에는 바다가 열리는 영등제가 열리는데 영등제는 보통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천지가 초대한 사람들이 모이는 동적이고 격조 있는 행사인 것이다. 그 행사에서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가슴에 한을 담아 노래를 부르느 데 그 노래는 과연 무슨 노래인가? 그 노래가 곧 임진왜란 함성과 명랑해전, 삼별초 항거에 대한 애환이 서리서리 담긴 진도아리랑 가락이다. 그 가락을 흥얼거리다 보면 머리에 수건을 쓴 어머니가 생각나고 그 어머니는! 상사초 전설처럼 아프게 마음속에 피어 허무감을 갖게 하지만 제비가 주인 되어 반겨주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과거사
-중략-
아리랑
굿거리장단에 맞춰
푸른 깃발을 흔들며
내 고향 남쪽바다
명랑해 파도를 넘어
연꽃 피는 전설의 땅 연촌으로
아~ 나의 사랑 진도로
-<고향으로> 일부
위의 시 <고향으로>에서처럼 진도 사람들은 진도만의 독특한 아리랑 가락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아리랑이요, 그 가락은 진도의 역사요 진도의 시이며, 진도의 그림이고, 진도의 도자기요, 진도의 진도개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 누구를 향한 노래인가 이것은 상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이 보다 큰 바다이고, 고향이며, 사랑이고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시인의 시에는 노래의 호흡과 리듬과 가락이 음성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깔고 있어 음악적 요소와 의미적 요소가 어울려 시의 행간마다 남다른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사심 없는 관조>에서 나오는 진도개의 짖음처럼 깨끗한 쾌감의 독특한 울림으로 들려온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서울로 안겨온 한 쌍의 백구
바람과 태풍
내가 백구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아들이 하도 좋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백구 필요한 까닭은
매우 사납기 때문입니다
내가 백구 걱정하는 까닭은
눈빛에 흐르는 야성 때문입니다
내가 백구 키우는 까닭은
못이 박힌 충성 때문입니다
- 중략-
-<백구> 일부
진도개는 진도의 명물이자 진도인의 자부심이며 진도의 정신이다. 시인은 진도에서 태어나 진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진도개를 사랑하는 뚜렷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자기만의 이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이 좋아 하기 때문이요, 사납기 때문이며, 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뛰어난 충성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이 시에서 백구느 곧 시인 자신이며 시인은 곧, 가족사랑(아들)과 근성(사나움)과 정열(야성)과 애국심(충성심을 갖고 있는 시인의 모습으로 투사 되고 있다. 순간적인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하룻강아지부터 성장하여 이제는 마음속 깊이 어엿하게 자리하고 이는 백구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작품은 자기 세계의 전달에 있다”는 고울먼(R. Gourmon)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 한시인은 보다 나은 자기 세계의 완전한 전달을 위해 도자기를 굽는 흙의 예술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시를 다루는 언어의 예술에 입문하고 있는 정열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울림의 이념적 미감을 객관화 하는 주요한 방법으로 물레질 대신 원고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곧 자기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아름다운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흙구덩
흙바닥
흙먼지
흙장난
陶쟁이 일생
-<흙바람> 일부
흙으로
내 생각
쏙 빼닮아
내 것이라 한다
말리고 말려
태우고 태워
이젠 흙이 아닌 것
나의 분신
-중략-
<천직> 일부
도공은 흙을 다룬다. 흙을 다루는 일과 언어를 다루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흙바람>이라는 시에서 흙 대신 언어로 바꾸어 보면 언어의 구덩이, 언어의 바닥, 언어의 먼지, 언어의 장난, 이것이 , 글쟁이 일생이라면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이러한 이유를 <천직>이라는 시에서 “내 생각을 쏙 빼닮은 것”이나 “이전 흙이 아닌 나의 분신”으로 완전하게 정답을 내려 주고 있다. 이제 한시인은 스스로 노래한 흙바람과 천직에서 한편으로는 시 바람과 시인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는 음악 보다는 조각을 닮고 있다. 새로운 시는 귀에 보다는 눈에 호소한다. 새로운 시는 일종의 정신적 진흙으로 어떤 일정한 모습을 지닌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흄(T. E. Hulme)의 말을 상기하면서 지금 발간한 (고향에 이는 바람)이 한시인의 노래라고 한다면 다음 시집에는 정신적 진흙으로 빚어진 좋은 시들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연촌 한석호
전남진도군고군면 연동리 출생
고성중학교 졸업
진도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도예과 졸업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도예전공졸업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공예가회 회원
한국창작미술협회 이사
한국종이접기협회 이사
최명희 소설 혼불사랑회 이사
순수문학회원/시인/순수문학상 수상
학교법인 금산 대학 이사
학교법인 칼빈대학교 이사
예원예술대학교 도예 교수
http://www.han626.com 연촌 한석호 올림
| 출처 : | 시인의마을 | 글쓴이 : 김삿갓 원글보기 |